Movie_영화후기

놉 , 할리우드에 바치는 영화의 단상 NOPE(2022)

아쿠아 배 2023. 1. 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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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던 필의 세 번째 장편 영화 놉 Nope,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감독이 장르가 된 인물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종 차별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묘하게 간지럽고 이상하게 찝찝한 느낌이 드는 부분을 대놓고 끄집어낼 수 있는 감독이랄까. 겟아웃, 어스, 그리고 놉까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점점 넓어지고 정교해지는 듯하다.

이 영화의 표면적으로 공포, 스릴러 그리고 SF 장르를 표방한다. 적어도 미확인 비행물체의 등장으로 맞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 영화의 핵심 플롯이다. 하지만 나는 이 미확인 비행물체는 조금 멀리 두고 이 영화를 리뷰하고자 한다.

 

잊혀버린 혹은 지워진 이름에 대한 영화.

이 영화 놉의 주인공인 오티스 헤이우드 주니어(이하 OJ)는 할리우드 인근 아과 둘세에서 아버지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와 함께 말 목장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할리우드에 촬영용 말을 빌려주는 일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에드워드 마인브리지의 움직이는 말 속의 흑인 기수인 ‘알리스티어 E. 헤이우드’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에드워드 마인브리지의 움직이는 말(The Horse in Motion)은 1878년 제작된 사진 카드 모음집으로 영화라고 부르는 활동사진의 기원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최초의 영화인 셈이다. 하지만 이 짧은 사진모음집은 에드워드 마인브리지가 만들었다는 것 외에 사진 속의 기수의 이름도 인종도 명확하지 않다. 조던 필 감독은 이 기수를 흑인, 그리고 여전히 할리우드의 뒤 편에서 영화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헤이우드 가문으로 만들어 낸다. 그들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잊히고 지워졌고 여전히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에 기여하고 있다. 심지어 할리우드와 비슷한 발음 가진 이름을 가진 채로!
또 다른 잊힌 이름은 영화의 초반 프롤로그에 등장한다. ’1998년 고디가 왔다 시즌 2: 생일파티’ 에피소드의 비극으로 출연진들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침팬지 고디와 함께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주프(스티븐 연) 역시 잊혀진 인물 중 하나이다. 어린 시절 주프는 할리우드에서 소모품처럼 사용되었고 소비되었다 잊혔다. 하지만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 할리우드의 무분별한 영화 산업의 단면을 보여준다.

진짜 구경거리는 무엇인가.

놉은 영화 중간중간’ 1998년 고디가 왔다 시즌 2: 생일파티’를 보여준다. 조금씩 조금씩 더. 보면 볼수록 이 시리즈의 등장인물 구성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침팬지 고디와 카우보이 복장의 아시안 소년이 등장하는 시리즈에 배경은 90년대 말이다.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여기서 대중들이 더 이질적으로 느꼈던 것은 사람 같이 행동하는 침팬지일까? 아니면 까만 눈, 까만 머리카락, 그리고 노란 피부를 가진 주제에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재롱을 피우는 아시아계 소년일까?

그날의 비극의 유일한 생존자인 주프는 자기 자신이 생존자인 동시에 기적의 증거라고 믿는다. 그는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고디는 그를 헤치지 않았다. 그는 고디를 길들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거의 자신의 캐릭터를 따서 만든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하늘에서 이상한 비행물체를 발견하고 이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테마파크에서 쇼를 열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그 비행물체를 완벽하게 길들였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일한 생존자고 기적의 증거이니까. 하지만 주프는 그 무엇도 길들이지 못했다. 그날의 기적은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었고 그는 그 오만함으로 결국 비극을 맞았다. OJ는 주프와는 다르다. 그는 헤이우드 목장의 말을 통해 알고 있다 말은 인간이 완벽하게 길들일 수 없다. 그저 습성을 파악해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은 항상 자신들이 무언가를 완벽히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할리우드는 인간도 동물도 길들이고 착취하고자 한다.

눈.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 - 나훔서 3장 6절

이 영화의 시작과 과정, 실마리, 결과는 모두 눈이다. 눈을 쳐다봐서는 안된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존재를 인식시키게 된다. 말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뒷발질을 하고 침팬지 고디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파괴하고 미확인 생명체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인식하고 죽인다.

눈은 카메라이다. 모든 걸 인식하고 기록한다. 오늘날 우리는 그 카메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십으로 소비한다. 눈은, 카메라는, 영화는, 미디어는 모든 것을 단순이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눈을, 카메라를 쳐다보므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구경거리로 만들고 죽게 만든다.

 
그것은 우리 위에 있다. 거대하고, 주목받길 원하고, 미쳤다.나쁜 기적이라는 것도 있을까?
평점
6.2 (2022.08.17 개봉)
감독
조던 필
출연
다니엘 칼루유야, 케케 팔머, 스티븐 연, 마이클 윈콧, 브랜든 페레아, 렌 슈미트, 키스 데이비드, 데본 그레이에, 테리 노타리, 바비 페레이라, 도너 밀스, 오즈 퍼킨스, 에디 제미슨, 제니퍼 라플러, 앤드류 패트릭 랄스톤

놉은 조던 필이 만든 할리우드와 영화에 대한 단상이자, 애정이다.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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