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_영화후기

더 웨일, 자기연민에 파묻힌 사람들. The Whale(2022)

아쿠아 배 2023. 3. 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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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 줄거리

272kg의 거구의 남자 찰리. 그는 대학에서 에세이 강의를 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하는 그는 웹캠을 끈 채 수업을 진행한다. 소파에 누워서, 카메라가 고장 났다는 거짓말을 한 채로. 찰리는 소파에서 거의 움직일 수 없다. 거의 하루 종일 그곳에 앉아 있다. 혼자서는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줍는 것조차도 못한다. 
어느 월요일 문이 열린 찰리의 집에 토마스가 방문 한다. 그는 ‘새 생명’ 교단의 선교사다. 토마스는 숨이 넘어갈 듯 고통스러워하는 찰리를 발견한다. 찰리는 토마스에게 모비 딕에 대한 에세이를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수만 번 읽고 읽어 외워버린 에세이를 찰리는 듣고 싶어 한다. 때 마침 찰리의 친구이자 간호사 리즈가 도착한다. 토마스는 묻는다 왜 그 순간 모비딕의 에세이를 듣고 싶었냐고. 찰리는 대답한다. 그것을 듣고 죽고 싶었다고. 리즈는 찰리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그의 심장은 비대해진 그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찰리와 리즈 모두 다 알고 있다. 그가 곧 줄을 것이라는 것을, 리즈는 찰리에게 병원에 당장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찰리는 한사코 거절한다. 그에게는 건강보험이 없다. 
찰리는 8년 전, 동성 애인과의 삶을 위해 그의 아내와 딸을 두고 떠났다. 아니 버렸다. 찰리는 딸에게 8년만에 연락을 한다. 8년 만에 만난 엘리는 반항적이고 분노로 가득 차있다. 찰리는 엘리에게 돈을 줄 테니 자기와 시간을 보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엘리의 작문 에세이를 도와주고 낙제를 면하게 해 줄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 둘은 시간을 보낸다. 찰리는 자신이 작문 과제를 하는 동안 엘리에게 그냥 네가 하고 쓰고 싶은 것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엘리가 쓴 글은 이 집은 냄새가 나고 모두가 싫다는 분노와 욕이 담긴 글이지만 찰리는 엘리가 남긴 이 글을 보고 웃는다. 엘리가 남긴 글은 운율이 담긴 하이쿠이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찰리에게 구원을 주겠다며 계속해서 찾아온다. 찰리의 간병을 위해 찾아오는 리즈는 토마스에게 화를 낸다. 그녀는 찰리가 다니는 사이비 교회 목사의 딸이었다. 그리고 리즈의 오빠이며 찰리의 연인 앤톤은 그 종교로 인 해 죽었다. 토마스는 엘리와도 만난다. 이야기를 한다. 자신에 대해서… 그리도 또 다시 찾아온다. 찰리에게 ‘새 생명’, 구원을 주기 위해서…
엘리와 시간을 보내길 며칠, 어느날 리즈와 엘리의 엄마가 찾아온다. 리즈는 이 와중에 찰리가 엘리를 위해 건강 보험도 들지 않은 채 돈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한다. 엘리의 엄마도 분노에 차있다. 자기 방어적이다. 8년이란 세월 동안 찰리와 엘리를 못 만나게 한 이유는 자신이 엘리를 잘못 키웠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다. 어쨌든 그 둘은 대화를 하고 찰리는 과거의 세 가족의 마지막 여행을 떠올린다. 바다에서 했던 그의 마지막 수영을…
찰리는 점점더 자기 통제를 잃는다. 학생들에게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솔직한 글을 쓰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한다. 찰리는 자신의 얼굴을, 몸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노트북을 던져버린다. 마지막 날, 찰리는 죽어가고 있다. 찰리를 찾아온 엘리는 찰리에게 화를 낸다. 당신 때문에 나는 낙제 했다고, 찰리가 엘리에게 건넨 에세인 과제는 몇 년 전 엘리가 썼던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 였다. 찰리는 엘리에게 넌 완벽한 아이라고 좋은 아이라고 긍정적인 말을 한다. 그리고 찰리는 엘리에게 모비딕 에세이를 읽어달라고 말한다. 엘리는 찰리르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고 그 에세이를 읽어준다. 그리고 찰리는 소파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걷는다. 영화 내내 어두운 집 안에 있던 찰리는 처음으로 열린 문 사이로 밝은 빛을 받는다….

각자의 사정으로 연민에 파묻힌 사람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연민에 파묻혀 있다. 모두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인 찰리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고 그와 함께 자기 통제를 잃었다. 그의 몸은 끊임없이 비대해져 결국 그를 사지로 몰아갔다. 찰리의 상황은 인간적으로 너무나도 슬프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지 않은 여자와 결혼을 했고 그녀와 자식을 낳았다. 그리고 그는 사랑과 함께 떠나겠다며 자신의 부인과 자식을 버렸다. 찰리는 애초에 한 여자의 인생과 자기 자식을 불행으로 몰고 간 사람이다. 찰리는 이기적이다. 자기 통제를 잃어 죽어가는 자기 자신의 만족과 자신이 이 세상에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엘리에게 연락한다. 8년 만에... 모르겠다.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타인의 고통과 고민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지 뭔지, 8년만에 자식에게 연락하는 찰리를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그냥 비대한 자기애와 함께 비대한 자기 연민에 파묻혀 있는 것 같다. 

 
엘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엘리보다 더 말하고 싶은 것은 토마스다. 그놈의 종교, 아니 크리스천. 그 역시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차있다. 거기에 그 미친 선민의식까지 환장의 콜라보이다. 종교에 저당 잡혀 인생을 착취당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찰리에게도 그 미친 선민의식은 피해가질 않는다. 그는 자신이 누군갈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구원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다. 지독하다. 참...
 
엘리도 리즈도 엘리의 엄마도 모두가 각자의 사정으로 분노에 차있고 자기 연민에 파묻혀 있다. 인간적으로 이 모든 인물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공감이 돼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나온다. 통제력을 잃은 자신과 결국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고 남은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을 보는 것이 슬프지 않을 리가 없다. 
 

 

모비 딕의 에이헤브 선장처럼. 

찰리는 엘리가 쓴 모비 딕의 에세이를 끊임없이 되뇐다. 모비 딕을 잡으려 혈안이 되어 있는 에이헤브 선장에 대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성이 없는 고래에 대한 부분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선장은 고래를 죽으면 무엇이든 괜찮아질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고래를 죽인다고 해서 그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찰리는 에이헤브 선장 같다. 그는 곧 죽을 사람이고 8년 동안 보지 못했던 엘리를 다시 본다고 해서 그의 남은 며칠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찰리는 엘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한다. 무엇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한 이 인생에서 엘리가 자신이 남긴 유일한 '잘한 것'임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연기...  그 외에...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이 영화는 어둡고 칙칙하다.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의 연속처럼 보이는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의 연기 덕분이다. 미이라 시리즈의 꽃미남으로 한 때 이름을 날렸던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다. 누가 봐도 남우 주연상을 가져야 할 거 같은 연기다. 말 그대로 몸을 갈아 연기했으니 말이다. 

브랜든 프레이저 과거 모습

 
외국에서는 비만 혐오 논란에 휩싸였었나 보다. The Whale 이란 단어가 고도비만인을 지칭하는 비속어라고 한다. 뭐 모비딕을 염두에 두고 지은 제목이긴 하겠지만 내가 느낀 이 영화 속 찰리는 모비딕 속 고래보다는 증오에 가득 찬 선장에 가까웠다. 
 
어떤 면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모비 딕 속 고래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각자의 사정으로 모두가 스스로를 연민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행동한다. “그” 모비딕에 나오는 그 고래처럼... 뭐랄까 타인이 없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그런 존재. 
 
이 영화도 A24 배급 영화이다. 최근 시상식 프로모션을 열심히 돌고 있던데 각종 시상식의 후보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애프터썬 그리고 더 웨일까지 올라가 있어 몹시 바빠 보인다. 그만큼 작년에 나온 영화들이 다 괜찮았다.
 

더 웨일
“네가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었어”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평점
8.5 (2023.03.01 개봉)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타이 심킨스, 사만다 모튼, 헉 밀너, 사티야 스리드하란, 라이언 하인크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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