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31. 02:08ㆍMovie_영화후기
내가 본 몇 안 되는 2022년 개봉작 중 가장 이상하고 혼란스러웠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개봉하기 전부터 '양자경'의 어디서도 보지 못한 '평행우주' 세계관 영화라 기대하고 있던 작품 중 하나였다. 개봉하자마자 이동진 평론가의 별점 5개(올해 2개뿐인, 다른 하나는 '헤어질 결심'이다.)에 올라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이 영화의 내용은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모든 것, 모든 곳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영화이다. 당연히 혼란하고 이상하고 어지럽다.
영화 시작의 첫배경은 미국의 아시아 이민자가 운영하는 전형적인 세탁소이다. 에블린의 세탁소는 사람들이 맡긴 물건들 셀프 세탁을 위한 코인 세탁소에 쓰기 위한 동전 바꾸기 기계(심지어 이 기계는 고장 났다.), 온갖 물건들과 다양한 인종의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와중에 에블린은 악명 높은 미국의 세금신고를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영수증에 둘러 쌓여 있다. 이 와중에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던 남편 웨이먼드는 당최 도움이 되질 않는다. 중국에서 방문한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왔어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딸, 조이마저도 에블린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모든 곳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지만 에블린은 이 상황을 헤쳐나가고자 한다.
다음 상황은 국세청 안이다. 국세청 디어드리는 너무나 깐깐하다. 에블린이 하나하나 정리한 영수증은 국세청 최우수 직원인 디어드리에게는 너무나 터무니없고 혼란스럽다. 세탁소에 웬 노래방 기계가 필요한지, 이것들은 대체 무엇에 쓰는 영수증인지 거기에 에블린은 영어마저 신통치 않다. 뭐 어쩔 수 없다, 에블린이 세무조사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에블린이 평생 일군 세탁소는 압류되는 것이다. 에블린에 인생은 혼란하고 온통 불행의 연속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에블린은 평행세계에서 온 또 다른 웨이먼드를 만난다. 웨이먼드는 에블린이 잊고 있었던 꿈, 배우를 이야기하며 지금 당신이 이 세계를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멀티 버스를 구할 수 있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후의 내용은 함부로 축약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내용과 이미지를 담고 있다. 여하튼 에블린은 수많은 멀티버스 속 자신의 능력을 빌려와 멀티버스를 파괴하려는 조부 투파키와 싸우고 세상을 구해내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 돌이 떨어질 때 가장 크게 눈물이 났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시시각각 헛웃음 나게 하는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많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이다. 모든것이 우스꽝스럽고 어지러울 정도로 기발하다. 멀티버스를 다루는 영화로서 기발한 상상력과 뒤틀린 공간감과 시간감을 보여주는 꽤나 멋있는 장면들도 한가득이다. 특히나 젊은 시절 발레를 전공했을 정도로 몸을 사용하는데 익숙한 배우 양자경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액션은 굉장히 멋있다. 80년대 홍콩영화를 오마주한 다양한 액션씬은 정말 잘 만든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표면적인 장르를 떠나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드라마와 휴머니즘와 사랑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아시아 이민자로 사는 것에 대한 애환, 자식과의 다른 경험,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겪음으로써 생기는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에블린의 아버지인 공공은 에블린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평생 이해받지 못한 에블린도 자신의 하나뿐인 딸인 조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족이기에 부모이기에 자식이기에 서로를 사랑한다.
그리고 존재하는 멀티버스 안에서 (어쩌면) 가장 불행한 현재의 에블린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선택에 대한 결과로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에블린을 보여준다. 부질없음이 분명하지만 모든 인간이라면은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만약'이라는 것을 시각화이자, 아니 또 다른 세계의 수많은 현실이다. 이것이 현재, 이 세계의 에블린을 더욱더 비참고 힌들게 만든다. 한순간의 작은 선택의 수 많은 갈래로 나뉘게 된 현재는 언제나 그렇듯 후회와 회의감 뿐이다. 모든 세계를 둘러 봐도, 수많은 자신들 중 최악의 삶을 상고 있는 에블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블린은 현재를 선택하고 본인이 겪은, 본인이 만든 이 모든 것과 모든 곳, 모든 상황을 사랑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한마디로, 한 장르로,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내용과 의미를 가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내 마음속, 내 기억 속에 가장 남는 장면은 '그 돌이 떨어질 때'였다.
수많은 멀티버스를 넘어, 내가 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있는 그대로의 너를 기다리고 사랑한다는 엄마의 마음.
나는 그 돌이 떨어질 때 가장 크게 눈물이 났다.
★★★★☆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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