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0. 21:35ㆍMovie_영화후기
알렉스 와인스틴의 단편 소설 ‘양에게 작별 인사를(Saying Goodbye to Yang)’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애프터 양. 한국계 감독인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애플티비 시리즈인 파친코의 연출도 이 이 감독이 맡았다. 원래 비디오 에세이 제작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특히 일본 감독을 좋아하는거 같은데 예명도 ‘오지 야스지로’ 감독의 각본가인 ‘노다 코고’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 아니 동양계 미국인으로서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는 뭔지 원작과는 꽤 다른 설정과 내용을 가졌다. 영화에서 꽤 무게를 가지고 있는 설정인 ‘차(Tea)’에 대한 설정이 특히나 그렇다. 양을 중국을 크게는 동양을 관통하는 설정들에서 미국인의 시각이 보인달까. 감독과 주연배우의 인종이 동양인이라 동양적 가치관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말 미국적인 시선과 가치관을 담고 있는 애프터 양…
애프터 양 After Yang
제목을 직역하자만 ‘양 이후에’ 정도 되려나, 여하튼 양의 죽음(혹은 고장) 이 후의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이다. 양의 고장 이후 원인과 양의 삶 혹은 양이 움직일 수 있었던 기간 동안의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양은 플레밍(콜린 패럴 役) 가족과 함께 사는 안드로이드이다. 플레밍 가족의 구성은 아버지인 제이크 플레밍, 어머니인 카이라 플레밍, 딸인 미카, 그리고 안드로이드 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이크는 백인, 카이라는 흑인, 중국에서 입양된 딸은 동양인 그리고 동양인의 생김새를 한 안드로이드 양.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개체로 구성되어 있는 가족이다. 안드로이드 양은 중국의 문화를 역사를 미카에게 알려준다. 입양아인 미카가 중국에 대한 뿌리를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아빠인 제이크는 차를 팔고 있다. 진짜 찻잎을… 이 시대에 진짜 찻잎을 찾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집착적으로 나무가, 식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이 세계와는 참 맞지 않게도 말이다.
어느날 저녁, 4인 가족이 참여하는 댄스 경연 대회에 참여한다. 양도 함께 4명은 춤을 춘다. 다른 가족들과 경쟁한다. 춤은 꽤나 우스꽝스럽다. 그리고 조금 이상하다. 날고 전투하고 태풍을 견디고 마치 전쟁 같은 춤을 춘다. 그러다가 아빠인 제이크가 춤을 틀리고 탈락한다. 가족들은 모두 춤을 멈추지만 양만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춤을 춘다. 그리고 그렇게 작동을 멈춘다.
제이크는 양을 고칠 방법을 모색한다. 제이크와 카이라는 양을 고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들은 양을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리한 가전제품 정도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미카만큼은 양을 오빠라고 부르며 그를 고쳐달라고 말한다. 양이 멈춰버린 지금 가족들은 깨닫는다. 자신들이 생각보다 양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었다고.
제이크는 양을 고치기 위해 양을 처음 샀던 곳으로 간다. 양은 정식 회사의 제품이 아닌 차이나 타운에서 산 리퍼 제품이다. 하지만 이미 그 가게는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또 다른 곳으로 가본다. 복제 인간과 사는 그렇게 달갑지 않은 이웃이 알려준 안드로이드 수리공에게 양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양에게 특별한 메모리 뱅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제이크는 안드로이드 양이 그의 눈으로 저장해 놓은 영상들을 본다. 양의 기억을 탐험한다. 그의 추억을 공유한다…
존재에 대한 것.
제이크와 카이라는 양에게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양을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직 미카만에 양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붙이고 양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양이 작동을 멈추고 양의 기억을 그의 추억을 공유하기 전까지 말이다.
제이크는 양의 기억을 따라가다 복제인간 에이다를 만나게 된다. 양은 가족들 모르게 에이다와 시간을 보냈다. 안드로이드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제이크는 에이다에게 묻는다. “양은 인간이 되고 싶었던걸까?”
에이다가 말한다. 모든 존재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는 그 생각이 참 인간답다고.
양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참 안드로이드답지 못한 존재다. 양은 다른 영화의 안드로이드 처럼 자신이 인간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양은 중국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중국어를 하고 중국의 역사를 알고 문화를 알고 있다. 양은 의문스럽다. 이런 자신을 중국인-Chines라고 할 수 있을지 아닐지 말이다.
참 애매하다. 누구보다 중국에 대해 잘 아는데 자신을 Chines라고 정의 할수 있을지 없을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니 말이다. 참으로 미국 스러운 고민이다.
결국은 섞이지 못한 아시안으로서.…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미국적인 영화다!’ 였다. 이민자들의 나라, 한 때는 멜팅팟(the Melting Pot)이라고 불렸고 그렇게 되길 희망했던 나라, 그리고 종국에는 샐러드 볼(Salad Bowl)처럼 섞이지 않은 그런 나라 미국 말이다. 그리고 그 섞이지 않은 문화 속에서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완전한 미국인이 되지 못하는 아시안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했달까. 물론 이런 감상은 완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감상이고 감독이나 배우는 이렇게 생각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로 풀어본 이 영화는 결국은 미국의 주류 사회에 섞이지 못한 아시안으로서의 삶과 존재를 투영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로이드로 가족들에게 완벽하게 완벽하게 속하지 못했고, 수많은 기억과 경험을 가졌지만 결국은 어떤 존재인지 정의 내리지 못하고 결국은 죽은 양처럼 미국에서의 아시안은 여전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완벽한 아메리칸 아메리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
몇 년 전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미국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이 영화를 보면서 그때 느꼈던 미국과 미국인들이 떠올랐다.
나는 굉장히 한국적인 가정에서 자란 고향과 본적과 정체성이 너무나 뚜렷하고 한국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사촌은 물론 팔촌까지 한 동네에 사는 집성촌에서 자란 사람이니 내 나잇또래의 평균보다도 훨씬 더 내 뿌리와 정체성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 살 때는 이런 경험과 환경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한국에서 메이저에 속한 인종이고 1등 시민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나의 이런 생각과 경험이 얼마나 소중 한 것인지, 이 확실한 백그라운드가 나를 나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도 그들 사이에서 내가 2등 시민도 아닌 완벽한 외국인-Alien이었을 때도 나는 확실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었고 언제든 내가 속한 집단(한국)으로 돌아가면 되기에 힘들지 않았고 상처받지 않았다.
확실히 이민 2세대로 3세대로 다양한 환경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친구들과는 다른 확실한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존재에 대한 시가 떠오른다.
김춘수 시인의 [꽃]
김춘수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름을 붙여주었을 때, 그리고 추억을 공유했을 때…
★★★★☆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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