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줄거리·결말 해석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문명을 무너뜨린 영웅의 귀환 (The Odyssey, 2026)

2026. 8. 19. 23:21Movie_영화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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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디세이. 개봉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대작을 한 발 늦었지만 보고 왔다. 
 
사실 개봉 전부터 여러 가지 논란도 있고(ex. 헬레네 역할 배우에 대한 논란 등), 극사실주의적인 연출을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드는 신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매치가 되지 않아서 크게 당기지 않았는데 막상 보고 나니 '아 이래서 크리스토퍼 놀란이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영화였달까?
 
신화적인 이야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찍어내니까, 그동안 익숙하게 봐왔던 판타지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특히 꽤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장면들이 많다. 신화 속 존재를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말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생명체처럼 만들어서 공포감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가장 오래 생각했던 것은 괴물이나 전투가 아니었다.
 
문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문명의 파괴를 시작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결국 이 영화가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이라기보다 문명을 무너뜨린 사람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문명의 파괴를 시작한 자의 험난한 귀환

이 영화에서 오디세우스는 우리가 아는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다.
 
10년 동안 끝나지 않을 거 같은 길고 긴 전쟁을 치른 장군, 그리고 그 전쟁을 계략으로 하룻밤만에 승리로 이룬 지략가, 여기까지 우리가 아는 그 오디세우스라면, 이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전쟁은 끝났다. 트로이는 무너졌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아가멤논과 같은 항로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다.
자신의 배를 이끌고 다른 항로로 떠난다. 말로는 자신이 도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10년 동안 전쟁을 치른 사람인만큼 그가 항해를 이어가는 방식은 상당히 폭력적이고 인간적이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그가 갑자기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 특유의 폭력성과 의심, 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습이 계속해서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우리가 생각했던 '현명한 영웅'이라기보다, 전쟁을 끝내고도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겪는 수많은 고난은 단순히 신화 속 영웅이 거쳐야 하는 모험이 아니라, 전쟁의 승리에 취한 오만함이 만든  자신이 저지른 일들의 결과를 하나씩 통과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문명이란 무엇이었을까

여기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 하나 나온다. 바로 제우스의 법이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제우스의 법을 이해하려면 고대 그리스의 크세니아(Xenia)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크세니아는 이방인이나 나그네를 보호하고 손님을 신성하게 대하는 일종의 환대의 규범이다.
신의 법을 지키는 것이 곧 문명이고, 그 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야만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신이 정한 법이 있고, 사람들이 그 법을 지키고, 그 법을 신성하게 여기는 사회. 그것이 문명인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법이 조금씩 무너진다. 사람들이 약속을 어기고, 신의 뜻을 저버리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신의 이름까지 이용한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도시의 파괴가 아니라 제우스의 법, 그리고 크세니아가 무너지는 과정처럼 보였다.
문명은 도시가 불타는 순간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 문명을 지탱하던 규칙을 사람들이 더 이상 지키지 않는 순간부터 이미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제우스의 법을 저버린 것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트로이 전쟁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트로이의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려간 사건은 단순한 사랑이나 욕망의 문제가 아니다.
손님과 주인 사이에 존재하는 신성한 환대의 규칙, 즉 크세니아를 깨뜨린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트로이 전쟁은 단순히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제우스의 법을 저버린 트로이를 응징한다는 명분을 가진 전쟁이 된다.
 제우스의 법을 어긴 트로이를 벌하기 위해 시작된 전쟁에서, 정작 오디세우스 역시 그 법을 자신의 승리를 위해 이용하기 시작한다.

신의 이름으로 트로이를 무너뜨린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의 트로이 목마 작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굉장히 뛰어난 계략이다.
10년 동안 끝나지 않던 전쟁을 사실상 하룻밤 만에 끝내버린 작전. 트로이의 목마
 
오디세우스는 신의 이름으로 제물을 바치고, 아테나의 이름을 이용하고, 그 신성함을 믿게 만들어 목마를 트로이 성벽 안으로 들여보낸다.
그리고 그 작전은 성공한다. 트로이는 무너진다.
 
신의 이름을 이용해서 신의 법을 무너뜨린 것이다.
 
제우스의 법을 지키는 것이 문명의 기준이라면, 오디세우스는 그 법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해서 상대를 속이고 도시를 파괴한다.
오디세우스는 문명을 지탱하던 규칙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 
 
어쩌면 문명의 파괴는 트로이 성벽이 무너진 순간부터가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신의 법을 자신의 승리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테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여기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존재가 아테나다. 오디세우스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아테나.
 
그 아테나는 진짜 신이라기보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를 정복할 때 보았던 한 사제의 모습, 그리고 그가 저지른 일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만드는 죄책감에 가깝다.
 
신의 이름을 빌려 제물을 바치고, 그 신성함을 이용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보냈고, 트로이를 함락했다.

공통의 신을 믿는 그들을 환대의 법을 지키는 같은 문명이 있는 그들을 학살했다.

자신이 신의 이름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잊지 못하게 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신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자신이 문명의 파괴를 시작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에서 시작됐다는 죄책감.
 그것이 아테나라는 모습으로 계속해서 오디세우스를 따라다닌다.

 

돌아가지 못한 것인가, 않은 것인가.

오디세우스는 10년 동안 전쟁을 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고향을 향해 항해했다.
 
전쟁을 하는 10년 동안 모든 것이 변했을 것이다. 
사람도 변했을 것이고, 관계도 변했을 것이고, 자신 역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
고향이 그리운데, 막상 돌아가면 내가 알고 있던 고향이 아닐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변했다.
10년 간의 전쟁으로 인해 더 이상 내가 과거의 내가 아니다
자기 자신이 신의 약속을 저버렸기에, 자신이 자신의 손과 입으로 문명의 파괴를 시작한 사람임을 알기에 죄책감과 망설임으로 끊임없이 갈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귀환은 승리의 귀환이라기보다, 죄책감을 안고 돌아가는 인간의 귀환처럼 보였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

1.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시인 트래비스 스캇 Travis Scott

영화 시작을 알리는 한 시인이 트래비스 스캇이라는 걸 알고 있나?
 
처음에는 나도 '어? 트래비스 스캇이 왜 여기서 나오지?' 싶었다.
그런데 놀란은 이 시대의 시인은 래퍼라고 생각해서 트래비스 스캇을 시인으로 캐스팅했다고 한다. 트래비스 스캇이 여는 오디세이와 그에 대한 시는 처음부터 영화의 몰입감을 확 높여 준다. 
 

A face, a fleet, a war, a man...

 
 

2. 기괴한 영상미 그리고 음악

그리고 이 영화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부분.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사실 마법이 존재하고 신이 등장하고 괴물이 등장하는 신화의 시대를 놀란이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약간 궁금했다.
그런데 역시나 놀란은 판타지를 판타지처럼 찍지 않았다. 너무 현실적이다.
 
그래서 오히려 기괴하다. 신화 속 괴물을 아름답고 신비로운 존재로 표현한 게 아니라, 실제로 저런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등장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외눈박이의 얼굴을 그렇게 표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얼굴 전체가 마치 90도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정말 기괴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게 너무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놀란의 극사실주의가 신화와 만나면서 생기는 묘한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놀란의 영화답게 이런 화면들을 극대화시켜 주는 음악과 음향 효과들이 정말 인상적이다.
 

3. 꼭 아이맥스로 봐야 할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낸 들었던 생각은 모든 화면이 너무나 선명하고 고화질이다.
 
오디세우스가 표류하는 험한 바다나, 신화 속 존재들 모두 실감 나는 질감과 색감을 가졌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아이맥스로 보면 얼마나 다를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전 구간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인 만큼 큰 화면으로 보면 화면의 크기와 디테일을 훨씬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용산 아이맥스 당연히 못 구했고요?
 
새로 생긴 여의도 CGV 돌비 애트모스에서 봤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애트모스답게 사운드가 정말 좋아서 놀란 영화 특유의 사운드를 정말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괴물이 등장할 때의 소리나 전투 장면에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리, 묵직하게 울리는 저음까지. 화면의 사실감에 사운드가 더해지니까 영화 특유의 기괴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훨씬 잘 살아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아이맥스로 보면 분명 좋겠지만, 돌비 애트모스도 나쁘지 않았다는 후기를 남기며.....
 용산 아이맥스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오디세우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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