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3. 17:16ㆍSeries_시리즈후기
최근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 하나.
디씨 코믹스의 샌드맨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흔히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같은 히어로물이 먼저 생각 나는 디씨에서 이렇게나 철학적인 작품이라니!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디씨의 히어로물은 다른 히어로물에 현실 비판이나 철학적인 요소가 강하게 들어있는 거 같기도 하다.
이야기가 다른 데로 잠깐 샜는데, 다시 샌드맨으로 돌아가자면 서구권에서는 잠이 들게 하는 모래를 뿌려 수면을 불러오는 요정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샌드맨이라는 요정을 다룬 유명한 문학작품에서 레퍼런스를 차용해 ‘꿈의 군주’인 모르페우스라는 샌드맨을 만들어냈다.
샌드맨 시즌 1
샌드맨은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가 겪은 일을 한, 두화의 회차에 한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리즈다. 시리즈 전체가 연결되어 있는 내용이지만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다소 헷갈릴 수도 있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대해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인상깊고 중요한 에피소드 중 하나는 꿈의 군제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에게 감금당한 에피소드이다.
꿈이 군주인 어느날 어둠의 마법을 다루는 인간 마법사에게 소환당해 오랜 시간 동안 감금된다.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는 꿈의 세계와 힘을 지배할 수 있는 세 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도구를 빼앗긴 채 무기력하게 감금당하게 된다. 꿈의 군주가 사라진 동안 꿈의 세계는 파괴되었고 인간들은 잠들면 깨어날 수 없는 '병'에 걸린다. 모르페우스는 탈출하여 자신이 잃어버린 것, 파괴된 것을 되찾고 다시 세우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 관계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시즌 1의 대부분의 내용이다.
운명, 죽음, 꿈, 파괴, 욕망, 절망, 분열
샌드맨의 세계관에는 인간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관념이 신으로 존재한다. 운명, 죽음, 꿈, 파괴, 욕망, 절망, 분열 이들은 서로 남매 사이로 영원 일족이라고 불린다. 시즌 1에서 제대로 등장 하는 인물은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와 그의 누나 죽음 정도이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쌍둥이 남매인 욕망과 절망도 제대로 나올 듯하다.
샌드맨은 우리가 흔히 신이라고 생각하는 '하늘에 계신 신'이 아닌 인간의 관념과 욕망을 신으로 구체화시켜서 만든 에피소드라는 점이 흥미롭다. 신이라는 것을 숭고하고 절대적인 무언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인간이 만든 허상의 구체화로 묘사한다. 샌드맨 속 신은 어딘가 인간을 닮았다. 이들은 인간을 동정하고 이해하기도 한다.
특히나 욕망과 절망이 쌍둥이라는 부분이 흥미롭다. 무언가를 욕망하기에 절망이 따라온다는 것에 대한 구체화, 철학적이면서도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설정이다.
이 외에도 기독교적 레퍼런스인 지옥과 카인과 아벨, 다양한 고대의 신화에 대한 레퍼런스가 재미있다. 인간에게 신화란 얼마나 오래되고 중요한 존재 인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류가 허구의 신화를 창조하고 믿을 수 있기 때문에 협동을 통한 발전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처럼 ‘신’을 절대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운명, 죽음, 꿈, 파괴, 욕망, 절망, 분열 등 인간의 삶에서 한 번쯤은 겪는 이 모든 일들과 관념을 신으로 모시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존재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해주는 시리즈.
★★★☆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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