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마블에게 작별을 고한다! 최악의 영화 The Eternals(2021)

2023. 1. 9. 14:32Movie_영화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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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그렇듯 나 역시도 지난 몇 년간 마블의 팬이었다.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인피니티 사가가 막을 내리기 전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을 못해도 3번씩은 봤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 같은 스핀오프 드라마까지 챙겨봤으니 꽤나 열렬한 팬 중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마블 팬들이 그렇듯 엔드게임 이후 마블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 엔드게임 영화 자체가 실망스러웠던 탓도 있고 10여 년 간의 여정이 마무리된 탓도 있고, 여하튼 예전만큼 마블의 열렬한 팬은 아닌 상태였다.
그래도, 그 이후로 나왔던 모든 마블 영화들을 챙겨봤다. 아이언맨을 잃은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블랙 위도우 같은 경우는 추모와 추억의 느낌으로, 그리고 샹치는 MCU 최초의 아시안 히어로인 동시에 마블이 그리는 아시아 문화권이 궁금하기도 했고(중국 베이스에 짬뽕 느낌일 게 뻔하지만)… 아니 사실 샹치는 양조위의 눈빛이 궁금해서 봤다.
예전만은 못해도 이제 새로운 단계를 쌓아가는 영화들이고 각자의 이야기가 있으니까 그래도 나름의 재미를 가지고 봤는데… 이터널스는 지난 10년간의 마블 영화를 통틀어서, 아니 최근 몇 년간 본 영화 중에서 가히 최악이라 말할 수 있다.

반쪽짜리 다양성

이터널스는 서양문화의 근간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끌어오고자 했다. 그리고 다양성 아주 좋다. 하지만 그다음부터가 바로 문제다.
‘기원전 5,000년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그곳에, 그 시대에 살고 있는 멀끔하고 하얀 코카소이드 집단.
할리우드 영화계가 만든 오락용 히어로 영화에서 고증이나 인류학적인 무언갈 원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다양성을 내세우고자 유색인종과 장애인을 섞어놓은 이터널스와 대비된다. 서아시아 지방에서 문명을 이룬 백인 집단의 등장이라. 여기서부터 내 마음은 이미 다른 데에 가있었다.
마치 예수를 몹시 잘생긴 백인 남성으로만 묘사해온 중세 시대(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의 기독교 미술을 보는듯한 찝찝함이다.
그 이후로도 나는 전혀 이 영화에 설득당할 수 없었다.
바퀴의 발명, 농기구... 핵폭탄, 이 영화에 의하면 인류의 문명과 발전 중 인간이라는 종이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다. 직, 간접적인 이터널스의 도움... 그들이 ^하사^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터널스들은 모종의 이유로 지구라는 별에 들어와 그들을 보호하고 신화를 만들어주고 지식을 나눠주고 문명을 발전시켜주는 그런 존재라는 것, 수만 년 간의 진화를 거친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과연 지적 생명체인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기는 전개다.
그래, 너희들이 서양 문화권을 니들이 그렇게 풀어나간다는데, 그렇다면 지난 7천 년간의 동시대 동양문화권은 무엇이란 말인가? 황하 문명에서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문명은 산업화 이전까지 객관적으로 서구세계보다 앞섰던 것이 사실인데 말이다. 굳이 굳이 동양인을 이터널스의 멤버로 내세운 것과는 참으로 상반되는 시선의 내용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히로시마, 서구 세계에 깔린 시혜적 시선이 너무나 잘 드러난다. 보는 내내 이런 식 저런 식으로 은근하게 깔려 있던 마블의 서구 중심적 혹은 제국주의적 마인드가 정말 잘 느껴졌다.
이런 부분들은 어떤 문화적인 부분에서 내가 상당한 불편충이라 그럴 수도 있다. 심지어 감독도 중국인 감독이니 내가 정말 그냥 예민해서 보는 내내 불편하고 찝찝한 것 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과 가족, 뭐 이런 이야긴가? 아니 더 좁게 보자면 그들의 7,000년간의 구구절절한 로맨스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인가 싶다. 그래 모두 다 사랑을 하고 사귀고 결혼하고 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지난 7,000년간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이 개연성들이 그들의 ^사랑^에 곁들여진 양념들로 느껴지게 만드는 플롯과 구성을 가지고 있다. 결말까지도 완벽하게 이 지긋지긋한 사랑의 끝이다. 심장이 차가워져 버린 한낱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지긋지긋하고 너무나도 길고 긴 러브스토리다.

구구절절한 사랑을 이어온 두 캐릭터 이 외에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저 겉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안젤리나 졸리조차도.
그저 다음 MCU영화와의 연결을 기약하기 위해 억지로 일단은 등장시킨 캐릭터라고 밖에는 표현을 못 하겠다. 심지어 나머지는 누가 봐도 단발성 캐릭터다. 히어로 혹은 초능력자 혹은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하기엔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어딘가 맹숭맹숭한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들, 캐릭터들이 문자 그대로의 ^캐릭터:특징^이 없다. 수많은 캐릭터들은 그저 영화에서 휴머니티 그리고 유머를 보여주고자 하는 장치로 느껴진다.
사실 2시간 30여 분 정도의 영화에 이 많은 캐릭터들을 입체감 있게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캐릭터들이 심각하게 특징이 없다. 막판까지도 그래서 저 캐릭터에 메인 능력은 대체 뭔데?라는 의문이 든다.


그 외의 것도 문제다.
4dx로 봤음에도 하품이 절로 나오게 했던 연출과 어딘가 엉성한 액션 같은 것들... 가문이 어쩌고 하는 서양놈들의 핏줄과 헤리티지도 지긋지긋하고(그리고 지긋지긋한 대디이슈), 쿠키 영상까지도 마블은 시네마틱 유니버슬 얼기설기 엮어 어디까지 가고 싶은 건가 싶다. 그저 다음을 위한 떡밥을 뿌리기 위해 만든 지루한 서사다. 어쩌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에선 어긋나지 않은 중요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 편의 영화로서는 최악이다.
그리고 마블에 남아있던 아주 작은 의리를 가진 팬들의 기대감을 아주 작살 내버린 영화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터널스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는 수 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평점
4.0 (2021.11.03 개봉)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젬마 찬, 리처드 매든, 로렌 리들로프, 쿠마일 난지아니, 안젤리나 졸리,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마동석, 셀마 헤이엑, 배리 케오간, 리아 맥휴, 키트 해링턴, 하리시 파텔, 하즈 슬레이만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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