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다음 생의 인연은 이번 생의 미련이 아닐까 Past lives (2023)

2024. 1. 16. 20:51Movie_영화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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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첫 글, 첫 후기 영화는 패스트 라이브즈다. 최근 나의 취향을 저격한 영화를 만든 제작사 A24에서 만든 영화로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내용이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여자 주인공과 어린 날 초등학교 때 첫사랑과 미국인 남편의 3자 대면이라니. 저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아니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Past Lives, 전생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영화일까.라는 이런저런 궁금증 때문에 꼭 보고 싶었던 영화랄까.

 

 패스트 라이브즈 내용, 줄거리

12살 무렵의 나영과 해성은 둘 도 없는 단짝이다. 등, 하교를 함께 하고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다. 어느날 나영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하면서 나영은 마지막으로 해성과 데이트를 하곤 이민을 간다. 12년이 흘러 우정인듯 사랑인듯한 어린시절의 첫사랑 나영을 생각하던 해성은 페이스북으로 나영을 찾아본다. 해성의 메세지를 시작으로 둘은 서로 연락을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덧 한나절의 시차를 넘어 서로와 연락할 시간만을 기다린다. 나영은 노라라는 이름으로 뉴욕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고 해성은 군대를 제대하고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뉴욕에서의 두번째 이민과 당장 눈 앞에 있는 이 커리어를 위해서 이 손에 잡히지 않는 연락을 잠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시 12년이 흐르고 30대의 노라는 같은 작가인 미국인 남편과 결혼을 해 뉴욕에서 살고 있다. 노라는 때때로 그에게 '전생'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8000겁의 인연이 쌓여 만들어진 작은 스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성은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해성은 휴가를 내고 노라를 만나고자 뉴욕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노라는 남편에게 해성이 뉴욕에 올 거라고 말한다. 노라의 남편은 당신의 러브 스토리가 작품이라면 나는 해성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20년 동안 그리워하던 어린 시절 진짜 사랑을 방해하러 온 나쁜 미국인 남편역할이라면서 말이다. 노라와 남편은 어쨌든 우리가 사랑하긴 했지만 그린카드(미국 영주권) 때문에 조금 일찍 결혼했으니라는 뼈 있는 사실을 웃으며 말한다.

노라와 해성은 뉴욕에서 20년만에 만난다. 20년에 만난 노라와 해성, 한국, 부산이란 20년 전 그 공간이 아닌 뉴욕에서 만난 노라와 해성. 서로 어색한듯 하지만 어린시절 쓰던 그 언어로 그 만들로 시간을 보낸다. 20년 전 추억, 그리고 10년전의 그 감정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저녁식사 노라와 해성 노라의 남편 셋이 식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 노라는 해성의 말을 남편에게 통역해준다. 그리고 어느순간 노라와 해성은 노라의 남편을 잊어버린듯 서로 한국말로 떠들기 시작한다.

  “만약에 네가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내가 널 찾았을까? 우리가 사귀었을까? 헤어졌을까? 부부가 됐을까? 아이들은 가졌을까?... “  

노라와 해성은 우버를 기다리고 있다. 해성은 노라에게 우리는 전생(Past lives)에 무슨 관계였을까, 그리고 다음 생은 어떤 관계일까. 노라는 다음에 보자.라고 말한다. 노라는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를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나의 감상들,  그리고 인연

고향을 떠나 두번의 이민을 한 노라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해성을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해성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20년 넘게 그리워하다가 결국엔 노라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이것은 남겨둔 것에 대한 미련이나 혹은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닐까? 아니면 이게 정말 사랑인걸까?
이것이 미련이건 아쉬움이건 사랑이건 혹은 다른 무엇이든 간에 수 십 년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어 하는 노라와 해성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점도 어떤 장소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 전혀 없는 나는 언제나 항상 떠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만 있을 뿐이니까.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어떤 것에든 미련이 있었다면, 그것을 남겨둔 곳이 있었다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이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미련도 그리운도 아쉬움도 없는 사람이니까.

전생에서의 연을 수만 번 쌓고 쌓아 지금 생에서의 인연이 만들어졌다. 나영과 해성은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으로 만나 12년을 또다시 12년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연인의 연을 맺지는 못했다. 타이밍이라는 것이 그렇다. 서로와 서로의 연은 닿았지만 시간은 서로를 빗겨나가 만나지 못했다. 24년을 묘하게 다른 평행선 비슷한 궤도를 달리다가 결국 다음에, 다음 생에 만나자라는 묘한 말로 이번 생의 인연을 정리한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다음생의 인연은 이번 생의 미련은 아닐까.
 
 

패스트 라이브즈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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