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9. 03:17ㆍMovie_영화후기
일전, 이터널스 후기에도 말했듯이 나는 꽤나 열렬한 MCU의 팬이었다. 원년멤버이자 나의 입덕 멤버인 아이언맨이 죽고 아이언맨과 함께 어벤져스를 이끈 캡틴 아메리카가 떠난 이후, 마블에 대한 열렬한 열정은 식었고, 엔드게임 이후 나온 영화들은 실망감만을 안겨주었다. 특히나 최근 마블의 영화들은 지난 10년간 구축해 둔 MCU 세계관에 편입을 위한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인가 싶을 정도로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는 MCU라는 영화세계의 하나의 퍼즐정도로 생각될 정도로 개별적인 작품성이 몹시 떨어지는 영화들 뿐이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아주 완벽한 영화였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라는 작품에서 너무나 당연한 덕목이지만 마블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세계게 갇혀 몇 년간 이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못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참 씁쓸하면서도, 가오갤만큼은 제대로 만들어졌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이렇게 완벽한 마무리라니 감상과 함께...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뜨겁게 뜨겁게 안녕-
솔직하게 말하겠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단연코 마블내 트릴로지 중 가장 완벽한 시리즈이다. 아이언맨 시리즈보다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보다도... 당연하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3부작은 그 자체로도 좋은 영화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들의 마무리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한 것이니 솔로 무비 3부작에서 완벽한 시작과 끝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트릴로지는 가오갤 그 자체로서 완벽한 시작과 끝을 그들의 영화 안에서 맺었다. 다른 어떤 영화와 시리즈를 굳이 더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엔드게임은 봐야 이해가 쉽지만...)
가오갤 멤버들의 이야기도 완벽하고 뜨겁게 안녕이다. 8살, 그 시절 그 추억 속에서 멈춰 있던 스타로드는 피터 퀼이 되기 위해 지구로 돌아갔고, 드랙스는 다시 아빠가 되었으며, 네뷸라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멘티스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가오갤3의 눈물 버튼 로켓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진정한 친구와 가족을 만나 살아갈 것이다.
도망가기에 바빴던 어리던 그가, 가족도 고향도 모든 것을 잃고 스스로를 파괴자라고 칭했던 그가,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사랑해 본적 없던 그가, 트라우마에 갇혀서 진정으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던 그가, 그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동지를 친구를 가족을 만나 함께 했던 그 길에서 성장하고 이겨내고... 성숙한 인물이 되어 각자의 길로 나아간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어느덧 성장하고 성숙해서 각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 한 챕터가 이 그룹이 이 전과는 다른 관계로 나아가고 영원히 끝난다는 것이, 누군가의 과거가 된 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다.
마블팬이었던 입장으로서 더 그렇다. 20대의 내내 가졌던 추억들이 아이언맨의 죽음으로 한 번 마무리가 되었는데 가오갤의 마무리로 정말 남은 것도 없이 끝나 버린 느낌이랄까. 내 10대 시절의 한 페이지가 해리포터와 함께 끝났던 것처럼 말이다.
이것 저것
로켓의 어린 시절을 보며 다시 한번 인간혐오에 시달렸다. P13이란 이름을 가졌던 로켓의 개조 과정들은 인간들의 동물 실험을 닮았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영문도 모른 체 실험당하고 개조되어 죽어가는 것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켓은 라일라는 그를 사랑했다. 실험실에서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사람을 보면 꼬리를 흔드는 비글처럼.
신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잡아먹힌 인물의 광기의 집착은 보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나는 신이다. 나는 창조자다. 나는 파괴할 권리가 있다. 스스로에게 권능과 권력과 권리를 주고 휘두르는 자는 결국은 파멸을 맞는다.
제임스 건 감독... 하.. 여러가지 논란이 있고 그 일로 디즈니에서 잘리기도 했고... 뭐 그러다가 다시 돌아온 감독이지만 확실한 건 제임스 건이 가오갤을 1편부터 3편까지 책임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완성도 있는 트릴로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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