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1. 00:28ㆍMovie_영화후기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몇 년간 가장 애정했던 SF영화이다. -최근에 <듄>으로 바뀜- 개봉 당시 포스터의 노랗고 파란 강렬한 색감과 그 보다 더 강렬한 반삭 머리의 샤를리즈 테론에 끌려서 이 영화를 봤고, 강렬한 포스터보다 더 강렬한 영상미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매료되어 영화관에서만 5번을 족히 봤었다. 2D로 3D로 아이맥스로- 화면을 채우는 강렬한 이미지와 사운드는 시각적, 청각적 쾌감을 줬고, 이 영화의 서사는 나에게 정신적인 만족감을 줬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는 지나친 발전, 그리고 핵 전쟁으로 황폐화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씨타델과 그 주위는 온통 사막으로 둘러 쌓여 있고 물 한 방울, 식물 한 포기조차 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 사막 한가운데에 있던 맥스는 갑자기 차를 끌고 나타난 일당에게 붙잡혀 노예로 끌려간다. 바로 시타델로.
시타델은 임모탄 조가 지배하는 도시로 그는 지하수를 독점하고 차를 독점해서 시타델을 너머 무기농장과 가스타운까지 영향을 펼치고 있다. 임모탄 조는 사령관 퓨리오사에게 전투 트럭을 몰고 무기농장과 가스타운에서 물물 교환을 해오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곧 퓨리오사가 그의 아내들을 데리고 탈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임모탄 조는 자신의 ‘건강한’ 후계자를 임신했을지도 모를 부인 스플랜디드를 찾기 위해 워보이들에게 그들을 쫓을 것을 명한다. 그리고 암에 걸려 곧 죽을 운명인 워보이 눅스도 노예로 잡혀온 맥스를 피주머니로서 자신의 차에 달고 사막으로 달려간다. 명예롭게 죽게 되어 발할라에 가기 위해서 말이다.
이 후의 이야기는 눅스의 배신(?), 맥스의 도움, 퓨리오사와 임모탄 조의 부인들인 스플랜디드, 케이퍼블, 대그, 토스트, 그리고 치도의 절망과 희망의 힘으로 녹색의 땅을 찾아 떠난다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 가 초 중반의 내용이다.
시타델과 가스타운 & 무기농장, 이렇게 흥미로운 디스토피아.
이 기계적이고 거친 디스토피아의 세계관은 너무나 인상깊다. 삭막하지만 강렬하고 아름답다. 임모탄 조가 지배하고 있는 시타델은 풍부한 지하수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자동차가 있고 이를 움직일 수 있는 기름탱크가 있고 차량 정비소가 있다. 그리고 지하수가 있으니 식물도 식량도 있다. 황폐한 사막 속, 바위 산으로 둘러싸인 시타델은 지구에서 몇 안 남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 적인 것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곳인듯하다. 아니 어쩌면 유일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시타델을 중심으로 두 개의 동맹의 있다. 무기를 생산해 내는 무기농장(Bullet Farm)과 가스를 생산해 내는 가스타운(Gas Town).
그리고 모든 것이 황폐하되고 살아남은 도시에서 남은 것들에 대한 세계관이 너무나 흥미롭다. 물은 어디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물을 아쿠아 콜라로 부르고 물은 오직 임모탄 조만이 컨트롤할 수 있다. 방사능인지 뭔지 모를 것 때문에 온전하게 건강한 사람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이 세상은 끊임없는 임신과 모유를 착취당하는 여자들이 존재하고, 임모탄 조는 건강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어디선가 건강한 여자들을 납치해 온다. 그리고 이전 세계가 멸망하기 전 만들어진 철과 자동차가 권력인 이 세계는 크롬을 숭배한다. 워보이들의 행위에서 이런 것들이 더 잘 드러난다. 그들은 금속 산소 호흡기를 찬 임모탄처럼 되기 위해 은색 스프레이를 제 입에 뿌리고 죽음을 불사한다. 그리고 외친다.
Witness Me!
진노의 날, Verdi - Requiem, Dies irae
이렇게 흥미로운 디스토피아를 뒤로 하고 내 뇌리에 가장 깊게 남았던 단 한나의 컷을 뽑으라면 단연 진노의 날이 울려 퍼지는 그 장면이다. 탐조등 파편에 눈이 멀어버린 무기 농장의 지배자 무기농부가 분노에 가득차 심판의 말을 내뱉으며 기관총을 난사하는 그 장면, 그리고 울려 퍼지는 베르디의 레퀴엠-진노의 날.
빨갛고 파란 이 선명한 장면이 베르디의 레퀴엠과 만나 장엄한 광기로 가득찬다. 클래식은 괜히 클래식이 아니다. 진노의 감정을 너무나도 선명하고 장엄하게 담아낸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봤었다.
디스토피아의 구원자, 퓨리오사
이 영화의 재목은 mad max, 미친, 화난 맥스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초, 중반이 지나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진짜 주인공은 맥스가 아닌 퓨리오사임을 알게 된다.
‘Fury’ Road 분노의 도로와 같은 어근을 쓰는 퓨리오사(스페인어 형용사 푸리오소(Furioso, '격노한')의 여성형인 푸리오사(Furiosa)에서 유래한 표현이다.)는 수십 년간의 복수에 대한 분노와 그리고 이 보다 좋은 세상이 있다는 경험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 퓨리오사는 자유를 갈망하는 임모탄 조의 부인들을 데리고 자신이 어렸을 적 자랐던 어머니들의 땅(The Green Place of the Many Mother), 녹색의 땅으로 떠난다. 거친 사막과 수많은 난관을 뚫고 마더랜드가 있던 곳으로 왔지만 이미 그곳도 황폐해져 있다. 퓨리오사와 마더랜드가 어머니들은 풍족한 물이 있는 곳, 시타델로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임모탄 조를 죽이고 말이다.
결국 이 디스토피아를 구하는 것은 한 팔이 없는 여자 사령관 퓨리오사이다. 퓨리오사는 장애인이며 여성이다.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약자인 제곱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퓨리오사가 확막한 사막과 기계들로 둘러쌓인 이 남성적인 디스토피아의 구원자가 된다.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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