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디스패치, 이 잡지 발행해주세요 The French Dispatch(2021)

2023. 2. 5. 11:53Movie_영화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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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도시 앙뉘 수르 블라제에서 발행되는 미국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 50만 독자를 상대로 50개국에서 발행하고 있는 잡지로 창간 50주년을 앞둔 잡지이다. 그리고 이 잡지의 편집장 아서 하위처 주니어가 75번째 생일을 앞두고 죽는다. 편집장의 죽음은 프렌치 디스패치의 폐간을 의미한다. 아서 하위처의 죽음과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호 발행을 앞두고 모인 프렌치 디스패치의 기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웨스 앤더슨의 잡지에 대한 사랑

웨스 앤더슨은 고등학생 시절 도서관의 정기간행물실에서 본 잡지 <뉴요커>의 표지에 매료되어 수백 권의 과월호까지 사모은 뉴요커의 마니아라고 한다. 실제로 뉴요커의 아카이브에 전화를 걸어 과월호를 다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한 적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당시 뉴요커 아카이브에서는 이를 거절했고 후에 는 UC 버클리에서 잡지의 대량 제본 세트를 구입했으며 현재는 2017년에 사망한 오랜 스태프 작가 릴리안 로스(Lillian Ross) 소유의 New Yorker 컬렉션을 관리하고 있다고한다. (덧붙이자면 나도 뉴요커의 표지에 반해 반년 동안 뉴요커를 구독했었다. 결국은 몇 장 읽지 않고 방 한 편에 소중하게 소장만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구독 취소를 했지만, 어린 시절 가졌던 잡지에 대한 로망을 다시 한번 불태울 수 있었다.)

1976년 3월 29일 Saul Steinberg의 "9번가에서 본 세계관".

이 영화의 포스터에서부터도 느껴지지만 프렌치 디스패치는 웨스 앤더슨의 사랑, 뉴요커를 모티프로 만든 영화이다. 그리고 웨스 앤더슨이 뉴요커와 잡지세계, 저널리즘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주인공인 아서 하위처 주니어는 뉴요커를 창간한 편집장 해럴드 로스(Harold Ross)와 두 번째 편집장인 윌리엄 숀(William Shawn)을 섞어서 만든 인물이고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이끌어가는 프렌치 디스패치의 저널리스트들도 각각 실제 기자들을 모델로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

웨스 앤더슨은 잡지의 세계를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의 시각적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잡지의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에 다양한 연구와 노력을 기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장 애정하는 잡지인 <뉴요커>의 표지를 프렌치 디스패치의 색깔로 옮기기 위해서 연구했다. 그리고 외관은 본 적 있지만 내부는 알 수 없었던, 다채로움이 가득했을 잡지사 사무실을 연구하고 상상하며 웨스 앤더슨의 색깔을 더해 스크린으로 옮겨 보여준다. 그래서 프렌치 디스패치의 표지는 뉴요커의 수많은 표지들 처럼 아름답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사무실은 노랗고 파란 색감을 가진, 잡지에 실린 이야기만큼이나 다채로운 색감과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웨스 앤더슨이 만들어낸 독특한 프렌치 디스패치의 사무실에서 특히나 편집장 아서 하위처 주니어의 사무실에 크게 박혀 있는 'NO CRYING'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따뜻한 색감을 가진 사무실에서 때로는 다정하게 기자들을 어르고 달랠 줄 아는 아서 하위처 주니어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못 참는다. (뉴요커의 초대 편집장인 로스는 사무실에서 휘파람과 허밍, 노래를 금지 했다고 한다.) 그래, 자신의 이야기가 별로라는 소리를 듣고 눈물을 보이는 것은 프로 답지 못하다.

이야기들

프렌치 디스패치의 편집장 하서 하위처 주니어의 죽음, 그리고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발행을 위해 모인 프렌치 디스패치의 담당 일러스트레이터와 각자의 이야기를 가져온 기자들. 프렌치 디스패치는 하서 하위처의 죽음 안에서 기자들이 풀어내는 각각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 그리고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웨스 앤더슨의 취향과 어떤 주제에 대한 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영화의 제목과 장소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웨스 앤더슨이 생각하는 프랑스의, 조금 더 좁게 말하자면 파리의 이미지를 볼 수 있고, 웨스 앤더슨의 현대 미술에 대한 관점과 애정을 볼 수 있다. 프랑스 68 혁명을 모티프로 한 듯한 정치 섹션의 이야기가 있고 음식과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있다. 웨스 앤더슨의 관점과 시선을 모아낸 이야기를 잡지 형식의 영화 한 편으로 담아 놓은 느낌이랄까, 잡지에 대한 러브레터처럼 각각의 에피소드가 가지고 있는 주제: 예술과 사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기사 같기도 하다. 그리고 크게 보면 이 모든 이야기와 사건을 만들어낸 사람들, 창작자 혹은 예술가에 대한 웨스 앤더슨의 (애정을 담은) 시선과 생각을 감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웨스 앤더슨과 다른 경험과 취향, 문화적 배경을 가졌으니 그가 그의 개인적인 잡지에 대한 애정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풀어낸 이야기들을 보며 그가 말하는게 무엇인지를 완벽하게 간파해 내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의 시각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주제의 그의 관점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예술과 사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영감을 준다.
나에게는 마지막 에피소드가 특히 그렇다. 요리사 네스카피에는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용감한게 아니다. 그저 이방인으로서 모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앙뉘 수르 블라제의 이방인에게 공감을 얻는다. 예술가는 창작자들은 외로움을 견디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리고 이방인으로서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 독약이 든 소금을 먹었던 네스카피에는 다른 누구도 느끼지 못했을 죽음의 풍미를 느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깊은 곳에서서 우러나오는 외로움과 죽음까지도 경험으로 승화해낸 그는 창작자이며 예술가이다. 아무나 쉽게 되지 못할 그런 사람 말이다. 이것이 웨스 앤더슨이 생각하능 예술가가 아닐까.



이런 영상과 이런 이야기

웨스 앤더슨이 스크린으로 옮긴 이 아름다운 잡지는 그냥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영상과 소리로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깝고 어렵다. 이 모든 이야기와 세상을 여러번 곱씹을 수 있게 내가 온전히 소장하고 싶다. 한 권의 잡지로, 한 장 한 장 여러 번 언제든 볼 수 있게 말이다.

 
프렌치 디스패치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뉴스레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다!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오래된 가상의 도시 블라제 다양한 사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미국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 어느 날, 갑작스러운 편집장의 죽음으로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신을 매료시킬 마지막 기사가 지금 공개된다!
평점
7.1 (2021.11.18 개봉)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빌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베니치오 델 토로, 오웬 윌슨, 레아 세두, 티모시 샬라메, 리나 쿠드리, 스티브 박, 마티유 아말릭, 리브 슈라이버, 엘리자베스 모스, 에드워드 노튼, 윌렘 데포, 로이스 스미스, 크리스토프 왈츠, 세실 드 프랑스, 기욤 갈리엔, 제이슨 슈왈츠만, 토니 레볼로리, 루퍼트 프렌드, 헨리 윙클러, 밥 발라반, 이폴리트 지라르도, 안젤리카 휴스턴, 시얼샤 로넌

★★★★
4/5

그래서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호는 어디에서 살 수 있죠?



 

판타스틱 Mr. 폭스, 웨스 앤더슨이 만든 강박적 대칭 Fantastic Mr. FOX(2008)

강박에 가까운 대칭과 독특한 색감으로 특유의 독특한 조형미를 담아 영화를 만드는 웨스 앤더슨. 웨스 앤더슨 특유의 조형미와 색감에 반해 한동안 그의 영화만 주야장천 보던 시절이 있었다.

abaec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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