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30. 23:30ㆍMovie_영화후기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펭귄 북스 (2011)
너무나도 유명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오로지 이 첫 문장뿐이고 책은 거들떠도 본 적 없다.
나에게 톨스토이의 소설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외우기는 더 어려운 러시아식 이름들이 즐비한, 베개 대신 쓸 수 있을 정도의 두께를 가진 책이었으니까.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서는 이름 밖에 모르는 러시아 문학 알 못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2012)' 후기.
안나 카레니나는 서방에서는 꼭 읽어야 할 고전문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꼭 읽어야할 고전 문학 중 하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을 만큼 영화로도 꽤나 여러 번 제작되었다. 소피 마르소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가 1997년에 개봉했는데 고작 15년 만에 또다시 영화화 됐으니 얼마나 대중적이고 사랑받는 작품인지 알 수 있다.
연출에 대한, 새로운 시도 ;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기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2012)'는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듯한 실험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아마도 몇 번이나 영상화되었던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니 이 전의 영화들과는 차별점을 두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한정된 무대만큼이나 그 당시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지위에 억압받는 안나의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다양한 시점에서 영상을 담아내는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안나의 시점에서 혹은 안나만을 포커싱 한 씬이 꽤나 많이 나온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안나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영화의 장면들은 안나(키이라 나이틀리)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너무나도 잘 나타낸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고전적인 얼굴에 감도는 순간순간의 표정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첫 무도회 장면이라든지, 혼란스러운 안나(키이라 나이틀리)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이라든지 하는 몇몇 씬의 연출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연극 무대와 오가는 일반적인 배경을 오가는 연출이 안나의 요동치는 불안정한 모습을 한층 더 극적이고 혼란스럽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런 극적이고 익숙하지 않은 연출이 원작을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내용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연출로 이야기를 너무 은유적으로 풀어 안나의 생각과 감정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다.
물론 클래식, 고전 문학의 한 장르니 나처럼 영화로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을 테니 이건 내 문제가 더 클 거이다.
무엇이 옳은가 ; 인간성(본능)과 기독교의 신본주의 갈등
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두 가지의 사랑, 그리고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등장한다.
본능적이고 불꽃같은, 성애에 가까운 사랑과 이성적이고 잔잔한 행복에 가까운 사랑.
첫눈에 불꽃같은 끌림을 느끼는 안나와 알렉셰이 브론스키 그리고, 비록 처음엔 엇갈렸지만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키티와 레빈 커플 혹은 본능적인 감정에 끌려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한 안나와 사회적 시선, 종교적 신념에 의해 가정을 지키는 것을 선택한 안나의 남편 카레닌.
어쨌든 본능을 좇다가 비난과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안나의 모습과 상반되게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근면하고 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레빈 부부의 모습과 결국은 모든 걸 용서한 것 마냥 안나가 낳은 두 아이와 함께 있는 행복한 얼굴의 카레닌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런 대비 때문에 영화 속의 '안나 카레니나'는 한순간의 쾌락에 미친 부도덕함으로 권성징악의 결말을 맞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나의 인생과 선택을 잘못 됐고, 레빈 부부와 모든 걸 카레닌의 선택이 옳은 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영화, 그러니까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 속에 깊숙이 깔려 있는 톨스토이의 '기독교적인' 근면함과 성실함, 신뢰에 대한 강조가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시대와 사회에 의해 희생되어버린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안나의 감정과 인생은 배제되어 있다. 안나의 선택이 온전히 그 개인만의 선택이었을까? 안나가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틀을 깨버린 것이 미쳐 자살할 정도의 결말을 맞이 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었을까?
나는 안나 카레니나 모든 선택을 비난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느누가 타의에 의해 규정된 무료한 굴레 안에서 느낀 가장 인간적인 강렬한 끌림과 감정을 외면하고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온전해진 '나'를 희생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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