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5. 22:34ㆍMovie_영화후기
올해 초부터 기다리고 기다렸고, 개봉 전에 이동진의 언택트 톡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보고 온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당연히 스포 가득.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
이미 몇 번이나 이 블로그에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웨스 앤더슨을 아주 좋아한다. 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는 모두 다 보고, 그가 만든 단편영화와 광고 영상을 찾아보고 영화와 관련된 대부분의 책을 소장할 정도로 꽤나, 아주 많이 좋아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라는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웬 감독에 대한 고백을 늘어놓냐면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면서도 크게 보면 그가 만든 예술적 세계관에 속한 하나 조각이기 때문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도 그렇다. 웨스 앤더슨이 만드는 특유의 대칭적이고 비현실적이고 어딘가 부자연스럽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색감의 세상과 그 속에 어딘가 딱딱하고 덜 자란 외롭고 고독한 어른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예술적이다. (예술을 하고 있기에 아직도 여전히 덜자라고 외로운 어른들인 걸까?), 그리고 언제나 이 어른들은 어딘지 모르게 웨스 앤더슨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뭐, 어쨌든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초반부터 바로 전적인 프렌치 디스패치를 떠오르게 한다. 색감이며 구도며 모든 심미적인 것들은 물론이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오기 스틴벡'의 차에 떡하니 프렌치 프레스가 적혀 있는데 어떻게 프렌치 디스패치가 안 떠오를 수가 있냔 말이다. 그리고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꽤나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은 '문라이즈 킹덤'을 떠오르게 한다. 액자의 액자식 구성과 여러 구성요소들은 '프렌치 디스패치'를 떠오르게 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제 세상이 달라졌어요
영화는 인구가 87명 뿐인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시작한다. '소행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천체 관측 행사와 과학 장학금을 받을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오기 스틴벡'과 그의 장남, 어린 세 자매도 이를 위해서 이 이상한 도시에 왔다. 오래 달려 과부하된 자동차를 타고 말이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고장 나버린 그의 오랜 애마 때문에 오기는 오랜만에 그의 장인에게 전화를 한다. 딸들을 데려가 달라고. 그의 대화는 어딘가 어색하다.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그때 말한 그곳에 있어요.', 장인어른인 스탠리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아직도 말하지 않았냐고, 오기는 아직 옳은 때가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탠리는 말한다. '맞는 때는 오지 않는다'라고. 장인어른인 스탠리는 캐딜락에 기름을 채우고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간다.
오기의 아내는 스탠리의 딸은 아이들의 엄마는 3주 전에 병으로 죽었다. 오기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별나라에 갔을 거라고 말한다. 그 자신도 별과 천국과 신을 믿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 이상한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에는 오기의 가족들 외에도 장학금을 받을 아이들의 가족들와 소행서의 날 행사에 참여할 여러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은 유명한 배우 '미치 캠벨'도 있다. 오기와 그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거 같다. 상처받았고 외롭지만 그걸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어른들...
이제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에 모일 사람은 다 모였고 여러 일들이 있었고 행사는 시작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하늘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예기치 못한 손님이 방문한다. 소행성을 가지고 수줍게 사라진 외계인!
이 일로 사람들은 이 도시에 갇히게 되고... 또 다시 여러 일들이 펼쳐진다.
감상평.
웨스 앤더슨의 다른 영화들처럼 애스터로이드 시티도 참 설명하기 어려운 줄거리를 가졌다. 아니 사실 줄거리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줄거리를 떠나 이 영화를 통해 웨스 앤더슨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내 주관대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게 내 감상평이니까.
이 영화는 서두에 말했든 그리고 이 전작들 처럼 웨스 앤더슨이 사랑하는 예술과 어떤 장르에 대한 찬사와 헌정을 나타낸 거 같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영화라는 매체 속에서 1955년 9월이라는 시점을 설정한다. 그리고 그 시기의 한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티비쇼를 제작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 속에 다큐멘터리 속에 티비쇼 속에 연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주연인 셈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모두 연극의 일부이다. 그리고 이 연극을 쓴 극작가의 모습과 배우들의 모습들도 보여준다. 극작가가 이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들과 캐스팅 장면들과 배우들의 고뇌와 감독의 사생활까지도 모두 보여준다. 웨스 앤더슨이 사랑하는 모든 아카이브를 보여주는 거 같달까.
캐스팅이 미쳤다. 항상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던 웨스 앤더슨의 영화이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더 화려한 느낌. 스칼렛 요한슨이 나와서 더 그런거 같다. 등장 시간이 5분이 채 안 되는 배우들의 면면마저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확실히 웨스 앤더슨이 잘 나가기는 하는 듯... 아니 잘 나갈 수밖에 없나? 영화 산업이란 말이 익숙한 21세기에 영화라는 너무나 상업적인 매체로 파인아트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이 상하게 눈물이 차오른다. 하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는다. 눈물샘에서 반쯤 차오르고 가라앉았다가 다시 차오르길 반복한다. 이상한 먹먹함이 있다. 이런 감정들은 모두 이 영화속에 나오는 어른들의 덜 자란 모습, 그들의 미성숙한 외로움에서 나온다. 상실과 상처를 가졌고 고독하고 외롭지만 모두들 각자의 고독과 혼자만의 고독을 감내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 없고 나눌 수 없는 그런 온전한 고독 속에서 서 이 허무한 외로움을 가진채 살아간다.
연극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배우는 배역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극작가는 그 장면을 쓴 이유를 본인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연극은 완성되고 배우는 연기를 한다. 우리는 때때로 목적 없이 인생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굳이 삶의 의미를 찾지 않고 무엇이든 계속해볼 필요가 있다.
You can't wake up if you don't fall asleep.
가장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대사.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 없고 어둠이 없으면 빛이 있을 수 없다. 잠은 묘하게도 죽음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그들은(우리는, 나는) 꿈 속에서 예술에 대한 영감의 원천을 만나기도 한다. 온전하게 허무한 외로움을 가진 그들은 때때로 꿈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기고 한다.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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