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7. 00:14ㆍMovie_영화후기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줄거리.
말을 타는 연기를 하다가 하반신을 다친 스턴트맨 로이와 오렌지를 따다 떨어져 팔을 다친 소녀 알렉산드리아, 이 둘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는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네 이름이 알렉산더 왕에서 따온 것을 알고 있냐면서 말을 건다.
로이는 스턴트 맨이다. 스턴트 연기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그의 다리는 영영 고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영화배우다. 로이는 우울하고 자조적이고 무기력하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5명의 복수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이 이야기 속 복수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오디어스를 죽이고자 한다. 그리고 함께 모험을 떠난다. 이야기는 어딘가 엉성하지만 환상적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점점 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알렉산드리아 덕에 조금씩 산으로 가기도 하고 알렉산드리아의 상상력도 더해지는 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는 로이를 찾아온다. 로이는 이 이야기의 다음 내용을 미끼로 알렉산드리아에게 모르핀을 구해오라고 한다.
알렉산드리아는 병원에서 모르핀을 찾아낸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는 병에 가득 찬 모르핀을 화장실에 버려버리고는 단 3알 만을 로이에게 가져간다.(로이가 글씨를 휘갈겨 쓰는 바람에 MORPHINE이 아니라 MORPHIN3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리아는 모르핀이 로이에게 좋은 약이 아니란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로이의 자살시도는 실패한다.
그리고 두번째 시도, 알렉산드리아는 들것에 실려나가는 시체를 보게 된다. 이 것을 로이로 오해한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의 병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로이를 깨운다. 로이는 깨어난다. 알고 보니 알렉산드리아가 로이에게 건넨 것은 설탕약이었다. 자신의 두 번째 자살시도까지 실패한 것을 안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화를 낸다.
알렉산드리아는 로이를 위해 다시 모르핀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전과 달리 모르핀이 높은 선반에 있었고 알렉산드리아는 의자에서 떨어져 머리와 다리를 크게 다친다.
알렉산드리아는 큰 수술을 했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를 면회 온다.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에게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말한다. 휠체어에 앉아서, 로이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동안 너에게 들려줬던 모든 이야기는 그저 모르핀을 훔쳐오게 시키려고 한 가짜 이야기였다고, 자신은 이 이야기를 행복하게 끝낼 수 없다고- 로이는 울면서 이야기 속 복수자들을 죽인다. 총을 맞고, 화살을 맞고… 그리고 주인공인, 자기 자신인 블랙 밴디트마저 죽이려고 할 때 알렉산드리아는 그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한다. 로이는 이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하며 끝내 그를 죽이려고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는 이 이야기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이 이야기는 로이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에게 사랑을 주는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만든 이야기였다. 그들의 이야기였다. 결국 로이는 블랙 벤디트를 살려내고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낸다.
병원에서 사람들이 함께 무성의 흑백 영화를 보고 있다. 로이는 영화를 보며 즐겁게 웃고 있는 알렉산드리아를 보며 웃는다.
명화를 옮겨놓은 듯한 환상적인 영화.
이 영화는 아름답다. 모든 장면이 환상적이다.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한폭의 액자 같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 모든 장면들은 특히나 더 환상적이다. 어딘가 이질적이고 인위적인 공간 속 선명한 색감의 대비는 이 영화 속 모든 공간이 현실 속이 아닌 상상 속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장면은 CG가 아닌 이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장소에서 찍은 것이다.
CF감독 출신인 타셈 싱은 이 영화를 18개국에서 장장 4년에 걸쳐 찍었다.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장소들을 찾아 영화에 담았다.
명화 같은 배경뿐 아니라 실제 명화에서 레퍼런스를 따온듯한 장면도 정말 많다. 일단 이 영화의 포스터부터가 살바도르의 달리의 작품을 닮았다. 그리고 오디어스의 죽음 오필리아의 죽음을 닮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액자식 구성 속에 진짜 액자를 옮겨 놓았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헌정.
The Fall, 이 영화는 떨어짐에 대해 말한다. 로이도 알렉산드리아도 어디선가 떨어졌다. 로이는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떨어졌다.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구원을 받는다. 알렉산드리아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스턴트맨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고 이미지를 보고 로이를 떠올린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는 스턴트맨 로이를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높이 올라가고 떨어지고 날아가는 그런 것들을 한 당시의 영화를 위해 몸을 바쳤던 스턴트 맨에 대한 감독의 애정과 헌정이 보인다.
너무나 개인적인 감상.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당시의 나는 남들이 보지 않는 미국드라마에 빠져 있는 조금은 특이한 여고생이었다. 어쩌다 푸싱 데이지(PUSHING DAISIES)라는 시리즈를 보고는 리 페이스에게 푹 빠져 그의 필모그래피를 깨었다. 그러다가 얻어걸린 영화가 바로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었다.(푸싱 데이지도 마법과 환상이 섞인 시리즈였다! 영상미가 엄청나고 내용도 환상적이었는데 인기가 없어서 시즌 2가 취소 되었다..........)
어쨌든 유달리도 아름다운 것, 환상적인 것에 빠져 있던 그 시절 나는 이 영화에 빠져 들었다. 이 영화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을 창조할 수 있을 거란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던 나의 한계와 거기에서 파생된 그런 무기력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그걸 핑계 삼아 가졌던 게으름까지도 함께 가지고 있던 철없던 시절. 아마 이 영화를 보며 꿈과 희망을 그리고 절망까지 모든 걸 느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참 좋아했겠지...
그래도 희망이 조금 더 크던 그 시절에서 속절없이 자라 버린 나는 다리를 다쳐 희망을 잃은 채 무기력하게 있는 로이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 있다. 결국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환상적인 이야기와 세상을 만들어가며 끝내 구원받았지만 말이다... 나는 과연 영화의 결말처럼 다시 한번 희망을, 꿈을, 구원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영화 같은 환상적인 결말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걸까.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환상적인 구원에 대한 이야기.
★★★☆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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