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9. 00:36ㆍMovie_영화후기
나는 아마도 박찬욱의 영화를 꽤 좋아한다. 그가 영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그의 영화의 구성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풀어내는 박찬욱의 방법은 아름다운 미장센과 수많은 메타포들을 사용하여 영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헤어질 결심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메타포가 이 이야기를 한층 더 미스터리 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이영화를 더 완성도 있게 만든다.
그래서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던 어려웠던 영화, 헤어질 결심.
시놉시스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
그들의 <헤어질 결심>
출처 : 네이버영화
산과 바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시작해서 바다에서 끝난다. 산 꼭대기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로 추락하듯 가라앉는다.
산을 좋아하던 전남편 기도수는 산에서 '마침내' 죽어버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서래와 해준은 만나게 된다. 산에서 시작한 사건 덕분에.
서래와 해준은 바다를 좋아한다.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산을 떠올린다. 서래는 자신만의 신화가 담긴 산해경을 들고 다닌다. 그 산해경 속 산은 어쩐지 초록색 같기도 하고 파란색 같기도 하다. 산의 능선 같기도 하고 파도의 모양 같기도 하다.
파랑과 초록 그 안개같은 애매한 색과 피와 같은 빨강.
해준과 만날 때 서래는 주로 푸른 계열의 옷을 입고 있다. 어떤 날의 원피스는 파란색으로도 초록색으로도 보이는 애매한 색을 가지고 있다. 해준에게 서래는 안개 같은 여자다. 입고 있는 색조차도 확실치 않은 그런 여자. 서래의 상태 또한 그렇다. 그리고 이포에서 서래는 빨강색 원피를 입고 있다. 죽음을 연상시키는 피를 닮은 그런 빨간색 원피스를.
간극
헤어질 결심에는 수많은 간극이 존재한다. 수많은 틈과 거리가 존재한다.
그들의 신분 부산과 이포, 파도와 산, 파랑과 초록 그 안개같은 애매한 색과 피와 같은 빨강, 그리고 그들의 언어 사이의 간극까지.
그들은 이미 서로 다른 상대와 결혼을 했고, 형사와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다. 해준과 서래는 부산에서 만났고, 해준은 도망치듯 이포로 떠났다. 안개가 가득한, 모든 게 흐리게만 보이는 이포로 떠났다. 서래에게 나는 붕괴되었다는 말을 남긴 채. 서래는 그 단어를 검색한다.
붕괴 : 무너지고 깨어짐.
해준은 무너지고 깨어졌다. 서래로 인해, 서래 때문에. 해준은 서래를 사랑한다.
이 메울 수 없는 틈을 넘어 결국은 서로에 의해 완벽히 붕괴된 삶을 선택하는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누군가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싶은 마음, 그것을 위해 자기의 인생과 목숨까지 걸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사랑인걸까.
★★★☆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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