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오랜만에 본 한국 영화- 신나고(?) 잔인한 해양 액션활극 (2023)

2023. 9. 3. 00:54Movie_영화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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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고백하는 한국영화에 대한 생각(디스-Disrespect)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사실 한국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영화관에서 본 한국 영화가 2021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그전에 본 영화는 2019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일 정도로 평소 한국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편...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한국 영화를 거의 안 본다고 말할 수 있다. 
이유는 한국 영화의 틀에 박힌 공식들이 정말 정말 나의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그저 그런 내용의 한국 영화들은 신파극 아니면 폭력적인 감정선을 가지고 감독의 특색이라고는 1도 없이 투자자로 불리는 누군가의 입김이 가득 들어간 일회성 판매상품에 불과하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나?). 뭐 어쨌든 제작자와 투자자의 입김을 조금이라도 피해 감독의 색감과 생각이 잘 드러나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제외하고는 굳이 영화관에서 돈과 시간을 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내가 생각하는 한국영화다.
 

밀수 스페셜 포스터

그럼 왜 오랜만에 한국영화, 밀수를 보았나?
일단 친구가 영화를 보자고 해서,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 되는 시간, 되는 관에 그나마 영화 후보를 골랐다. 고른 이유 3가지
 
* 그래도 류승완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꽤 좋아하는 편... (ott 서비스로 모가디슈-이게 가장 최근에 본 한국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었다.), 아주 못 만든 영화는 아닐 거라는 기대감)
* 김혜수, 염정아 주연의 여성 주인공 영화인점.
* 기존 한국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주제가 아닌 점. (조폭, 범죄, 스릴러, 신파극 등 소위 말하는 CJ 감성 극혐하는 편)
 
 
 

밀수 Smugglers 줄거리

영화는 1970년 대, 군천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군천은 위치상으로나 네이밍 상으로나 과거 거대 무역항이었던 군산과 인근 서천을 합친 도시. 서해안 일대에 자리 잡은 어촌인 군천은 최근 들어온 공장 때문에 바닷속 물고기는 씨가 말랐고 덕분에 해녀들, 어민들의 밥벌이는 막막해진다. 이때 해녀들에 브로커가 밀수 일을 제안한다. 배의 주인인 엄선장은 곧은 인물로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이 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 일단은 수락한다.
 

판은 커지고 돈은 벌리고- 하지만 영 찝찝한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어 밀수 일을 그만 두려 한다. 하지만 이 번일은 하필이면 금괴를 들여오는 큰 일이었고 브로커는 해녀들의 리더인 엄선장의 딸 진숙과 춘자를 찾아와 이번일을 맡아달라고 한다. 어찌어찌 금괴를 바다에서 끌어오는 해녀들... 그런데 마지막 상자가 열리고 금괴는 떨어지고, 엄선장은 노발대박 화를 낸다. 어찌 된 일인지 세관단속선이 쫓아온다. 이 와중에  해녀들이 탄 맹룡호의 닻은 바닥에 걸리고 닻을 올리다가 엄선장의 아들, 진숙의 동생인 진구는 닻의 밧줄에 맞아 바다에 떨어진다. 엄선장은 진구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돌아가는 맹룡호의 모터에 목숨을 잃는다. 난리가 난 맹룡호. 진숙은 한순간에 아빠와 동생을 잃고 감방에 들어간다... 진숙은 2년 동안 감방에서 생각한다. 춘자와 동료들을. 춘자는 맹룡호에서 홀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말한다. 춘자가 세관에 이 일을 밀고했을 거라고- 
 

군천으로 다시 돌아온 진숙, 맹룡호는 장도리, 과거 진숙과 아버지의 배에서 잡일을 하던 이에게 돌아가 있다. 해녀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깡패짓거리를 하며 군천을 주무르고 있는 장도리.
 

그리고 명동에서 밀수로 제법 짭짤한 돈을 만지고 있는 춘자. 그러다 전국 밀수꾼의 오야붕인 권 상사에게 납치당해 협박을 당한다. 춘자는 권상사에게 손해를 메꿔줄 수 있다 말하며 위기를 빠져나간다. 손해를 메꾸는 방법은 부산을 떠나 군천항을 통해 밀수를 하는 것. 이렇게 춘자는 3년만에 군천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뭐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
3년 전 누가 밀수를 밀고했을까?
 
 

감상평과 이야기들

1.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잔인하다!'였다. 생각보다 필요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피가 낭자한다.
진숙의 아버지와 동생이 죽는 장면이 특히나 그렇다. 절대 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곧은 사람이었던 그가 그렇게 쉽고 허무하게 푸른 바다를 붉은 피로 물들이며 죽는 장면은 인간적으로 잔인하다.
여러 액션씬들도 그렇다. 특히나 호텔 액션씬, 어떤 사람들은 그 액션씬이 멋있다고 말하겠지만- 실제로 권상사(조인성)가 굉장히 멋있게 나오긴 함.- 나에게는 피가 낭자하는 차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B급 감성이 녹아있는 그 씬은 어떤 면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상하게 그 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보기 힘든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 액션씬의 배경이, 인물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다치는 위치가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훨씬 더 잔인하다.
 

2. 여성이 이끌어가는 영화. 남탕-소위 알탕이라고 불리는 기존의 한국 영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 누가 뭐래도 주인공은 김혜수와 염정아다. 춘자와 진숙의 인생과 우정, 의리 혹은 그런 것들을 넘어선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들이 속한 해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성들이 주인공이고 이들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며 결국은 이들이 남성의 구원이 없이 이야기를 끝낸다. 한국 영화에서 아니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참 드문 케이스가 아닐까. 
 
3. 영화 초반 공장 때문에 물고기들의 씨가 말라버린 바다 군천. 오염수 방류가 겹쳐 보이는 건 기분 탓?...ㅎ... 물론 몇 년 전부터 구상하고 만든 영화이니 그걸 저격한 건 아니겠지만....
 
4. 과한 연출, 과한 연기, 과한 음악... 그리고 조금은 어색한 과한 느낌의 B급 감성. 
70년대를 표방한 화면은 어떤 면에서는 만화적인 과한 연출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화려하고 어떻게 보면 과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다. 각각의 연기의 톤이 달라 그런 건지 뭔지 김혜수의 연기가 유독 두드러진다. 음악도 과하고...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CG는 어딘가 어설프고... 뭐 이런 것들이 모여서 잘 만든 B급 감성을 내기도 한다.
 
5. 조인성이 잘생김ㅋ. 
원래 조인성 잘생겼단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인데... 밀수에서의 조인성은 정말 잘생겼다. 혼자 70년대 모티브 화보 속에 있는 사람 같달까. 캐릭터 자체도 나쁜 놈인데 그렇게 나쁜 놈 같지 않은 매력 있는 나쁜 놈으로 나오심.
류승완 감독이 어디선가 인터뷰했듯 정말 조인성을 기깔나게 잘 찍어주심.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한 눈요깃거리다. 

 
6. 한국영화는 왜 유독 찝찝할까? 아무리 가상의 공간이어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났었던, 일어날법한 일이고- 실제로도 이런 부조리함과 암담한 현실이 곳곳에 보이기 때문에 영화 자체를 영화라는 매체로서만 즐기지 못하고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받기 때문. 위의 오염수가 그런 예이고, 언젠가 어디선가는 실제로 뱃일하다가 저렇게 죽었을 사람이 있었을 거고, 불법적인 일들이 만연한 사회이고, 그리고 그 사회에서는 아주 작은 권력을 가진 이들도 잔인해질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공권력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어딘가 부패하고 곪았을 거란 그런 생각들.
 
7. 결로은요. 그럭저럭 괜찮은 오락 영화였다~
 
+ 그나저나 영화 보고 나니 스킨스쿠버건 프리다이빙이건 다이빙하기 무서워짐... 흑흑... 다이빙하다가 만날 수 있는 안 좋은 일들에 대한 집합을 보여주는 영화 같기도...😂

 
밀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는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 해녀 '진숙'은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다.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물길을 아는 자가 돈길의 주인이 된다!
평점
7.3 (2023.07.26 개봉)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주보비, 곽진석, 정도원, 신민재, 김충길, 이정수, 안세호, 최종원, 김원해, 김경덕, 윤병희, 김기천, 진경, 윤경호, 윤종구, 신영옥, 홍성오, 김준식, 이상희, 신삼봉, 구본웅, 백주희, 전현숙, 이선희, 이진희, 신우희, 백승철, 윤대열, 이태형, 정재원, 장기하, 브라이언 M. 반 하이스, 백진욱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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