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31. 17:26ㆍMovie_영화후기
아바타 1이 개봉한 지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2 물의 길. 개봉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 12분이라는 상영시간의 압박에 영화관에 갈 마음이 먹기가 쉽사리 먹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반이 흐르고, 이러다가는 정말 영화가 내려갈 때까지 못 볼 거 같아서 서둘러 다녀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이 용산 CGV라서 상영시간 20분 전에 출발해서 버스 안에서 영화표를 예매할 수 있다. 결론은 용산 아이맥스의 꽤나 명당자리에서 봤다는 구구절절한 이야기.
판도라,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인간혐오
아바타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행성 판도라. 설리와 네이티리는 판도라의 숲에서 아름다운 가족을 만들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늘의 사람들, 인간이 떠난 판도라는 눈물이 나게 아름답다. 푸르르고 울창한 식물들과 모두와 교감하는 동물들, 판도라의 모든 것들은 너무나 반짝이고 숨 막히게 아름답다. 이게 감히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세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황홀하다. 이 모든 것을 그저 ‘영화관’이라는 곳에 앉아서 감상할 수 있다니, 정말 황홀하고 꿈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감상은 초반 몇십 분이 지나면 인간에 대한 혐오로 변한다. 하늘의 사람들이 판도라로 다시 돌아오면서 말이다.
그들은 판도라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 약탈하기 위해 돌아왔고 이 전 보다 더 체계적으로 더 열심히 파괴하고 개척한다. 인간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지구를 착취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인간은 그 언젠가의 조상들이 그랬던 식으로 판도라를 착취하고자 한다. 인간은 이 착취로 개발이라는 이름의 끝없는 전쟁과 정복으로 현재 사회를 만들어냈다. 문명을 문화를, 그리고 나는 이 문명의 이기를 철저하게 누리고 있는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이다. 영화관에 앉아 가상의 세계를 보는 스스로가 가장 혐오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설리와 네이티리 가족이 숲을 떠나 새롭게 간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눈물 나게 아름답다. 신비롭고 천국 같다. 신비로운 바다의 생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물의 부족, 그리고 돈이 된다는 이유로 툴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인간들은 이 지구 어딘가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들과 인간의 대립을 볼수록, 판도라에서의 인간들의 행태를 볼 수록 스스로가 인간이, 내 동족이 혐오스러워진다.
‘우리’란 무엇일까,
설리와 네이티는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과 막내딸, 그리고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가 낳은 입양아 키리, 이렇게 네 명의 나비족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너무 어려서 지구로 미처 떠나지 못한 인간 아이 스파이디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있다.
아바타 1에서 설리와 네이티리는 이미 육체와 종을 넘은 사랑으로 우리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 그리고 이미 나비족과 하나가 되었던 그레이스 박사의 딸은 이미 숲의 나비족에게는 ‘우리’이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의 추적을 피해 도망간 물의 땅에서 그들은 여전히 ‘우리’이지 못하다. 눈썹이 있고 손가락이 하나 더 많은 이상한 괴물일 뿐이다. 나비족과는 다른 그러니까 나와는 다른 존재, 괴물일 뿐이다. 특히나 둘째 아들 로아크는 정도가 더 심하다. 첫째 아들의 네테이얌은 전사의 아들이며 그 또한 전사다. 그리고 네테이얌은 여느 나비족과 같이 네 개의 손가락을 가졌지만 로아크는 인간과 같이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졌다. 로아크는 나비족이지만 인간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숲에서도 항상 네테이얌과 비교당했던 로아크. 가족 중에서 항상 사고뭉치 역할이었는데 바다에서, 멧카이나족 안에서 그는 숲에서보다 더 겉돌게 되고 외로움은 커진다. 그러다가 로아크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외롭고 추방된 툴쿤을 만나 우정을 나눈다. 이 영화 안에서 대부분의 사건의 시발점은 로아크의 자기 증명을 위한 노력과 고집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또다른 인물 키리.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끼는 키리,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키리, 에이와의 심장소리와 목소리가 들리는 키리는 스스로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키리는
로아크와 키리는 나비족 안에서는 여전히 우리가 아니며, 어떻게 보면 설리와 네이티리 가족 안에서도 조금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시련을 이기고 ‘가족은 하나다’라고 말하는 우리 가족과 함께 우리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 스파이더, 그는 확실히 ‘우리’가 아니다. 인간의 육신을 가진 아이이기에 네이티리는 스파이디가 껄끄럽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네테이얌, 로아크, 키리와 형제처럼 자란 스파이디는 그를 나비 족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이 아바타의 몸으로 살아 돌아오면서부터, 그리고 그를 마주하면서부터 조금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가 마일스 쿼리치의 아들이 이기 때문이다. 내 생물학적 아버지를 따르게 되는 것, 나와 다르게 생긴 다른 종이 아닌 같은 종의 인간들이 나비족을 죽이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아들에는 아들, 네이리티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되는 것.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하는 캐릭터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결국은 스파이디까지 설리와 네이티리의 가족에 함께 하지만 나는 과연 스파이디가 완벽한 우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종(species)과 혈연을 넘어서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을지, 과연 아바타에서 말하는 우리가 무엇이며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조금은 아쉬운 내용
'시작과 끝이 없는 물의 길에서 물의 방법으로 새로운 집을 찾은 설리와 네이리티 가족. 설리는 이번의 희생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은 과연 쿼리치 대령을 그리고 하늘의 사람들에 대항해 판도라를 지킬 수 있을까?' 라는 화두를 던져주며 끝나는 영화 아바타 2, 물의 길.
5부작 중 2번째 작품이니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하나의 내용이 다 담겨있는 영화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아바타 2라는 걸 떼놓고 그냥 '아바타'시리즈 자체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판도라의 생태계와 웅장함에 비해 빈약한 내용을 가져서 아쉽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흑과 백의 대립과 할리우드의 뻔하디 뻔한 아버지와의 갈등을 가진 아들 이야기, 다름에 대한 이야기는 뻔하디 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CG와 기술로 구현해 낸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에서의 뻔한 이야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아니 오히려 익숙하고 쉬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거일 지도 모르겠다.
★★★☆
3.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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